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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사업부및미팅

★ 나의 비즈니스 여행기.......(5)단동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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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 4일 월요일

나는 조금 더 서울에 머물고 싶었지만 센터를 너무 오래 비워 둔 데다가 한 달 밖에 안 되는 비행기티켓의 유효기간이 다가오고 있었다. 늦어도 5일에는 출발을 해야 야했다.

나는 12월 1일 금요일 날 비행기를 타려고 했는데 그날 비행기 티켓의 원본을 잠깐 분실하는 바람에 탈 수가 없었다. 깜박 잊고 복사기 위에 놓고 왔는데 그 때문에 그날 비행기는 탈 수 없었다. 나로서는 이틀간의 휴식이 더 생긴 셈이라 좋았지만 센터가 걱정되는 마음은 어쩔 수 없었다.

일단 빨리 가려고 생각하고 점심 비행기에 탔다. 중국국제항공의 경우는 점심 12시와 저녁 9시 반에 비행기가 있었는데 저녁 것을 타려다가 아침 것을 탄 것이다.

대련을 갈 때마다 느끼는 것이지만 대련 행 비행기의 기내식은 정말 최악이다. 지난번에 대련에서 서울 올때는 달랑 샌드위치 하나가 나오더니 지금은 또 편의점 도시락 같은 것을 하나 줄 뿐이다.

물론 거리가 가깝다보니 식사를 준비하기는 어렵겠지만 말이다...

대련에 도착하자마자 먼저 봐두었던 단동행 버스타는 곳으로 갔다. 대련도 기차역 앞에 시외버스들이 모여서 먼 길가는 손님들을 맞이하곤 한다.

단동행 버스는 13시 30분 출발이어서 바로 타야할 실정이었다. 나는 조금 망설이다가 대련을 보는 기회는 나중으로 미루고 단동으로 향했다.

단동은 북한의 신의주와 붙어 있는 곳으로 신의주가 개방되게 되면 크게 발전할 가능성도 있는 곳이다.

양빈이라는 중국인에게 김정일이 신의주에 경제특구를 만들게 한다는 뉴스가 났을때 단동의 부동산 가격이 폭등한 사례가 있었다.

내 생각으로는 지금도 늦지 않았다는 느낌이다. 단동은 분명 더 발전할 것이다. 북한과 인접해 있다는 점 외에도 환경이나 주변 여건이 참 좋게 느껴졌다.

대련에서 탄 단동행 차는 4시간 만에 단동에 도착했다. 거리를 생각했을때 무지 빨리 온 셈이다.

대련에서 단동으로 가는 길은 고속도로가 잘 닦여져 있어서 차량들의 소통이 원활해 보였다. 향후 북한이 개방되게 되면 단동은 그 중계지로서 충분한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다.

환경을 늘 중요시 하는 나로서는 부동산을 구입할 때 늘 고려하는데 단동은 자연환경과 공기도 나쁘지 않아 보인다.

중국 올 때마다 느끼는 것인데 중국은 해가 빨리 뜨고 빨리 지는 것 같다. 느낌인지 모르지만 아침에 훨씬 더 빨리 해가 떠서 5시 반이면 밝아오고 저녁 5시면 어두컴컴해 진다.

겨울철이 되자 해가 훨씬 더 빨리 떨어져서 단동에는 5시가 넘으면 완전히 밤이 되고 만다.

단동에 도착한 시각은 오후 5시 30분이었다.

그러나 역 앞에 내려주지 않고 그냥 길바닥에 내려줘서 어디가 어딘지 도통 알 수 없었다. 단동지도가 없는데다가 거리가 어두워서 관광을 하는 것은 불가능해 보였다.

대련까지는 추운 줄 모르고 지냈는데 단동에 오자 확실히 추워진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오리털파카의 모자를 뒤집어써야 추위를 피할 수 있었다.

연길은 더 춥다는데 걱정이다.

일단 저녁식사를 하기로 하고 조금 거리를 걸어보았다.

중국에서 식사는 원칙이 있다. 전혀 모르는 것은 잘 먹지 않는다는 것인데 중국 전통음식을 시킬 경우 한국인의 경우 애를 먹을 수 있다. 차라리 잘 아는 것을 시키면서 하나씩 새롭게 추가하는 것이 더 낫다는 생각이다.

나는 중국에 있으면 중국음식도 많이 먹지만 이탈리아 음식이나 일본요리도 잘 먹는다.

중국에서는 이들 요리가 한국에 비해서 월등히 싸기 때문에 큰 부담없이 이탈리아 레스토랑에 갈 수 있다.(물론 느끼한 것을 싫어하는 사람들은 예외^^)

지난번 하얼빈 여행에서도 러시아 레스토랑을 요긴하게 이용했었고 길림시에서도 일본요리를 맛있게 먹었었다.

단동에서도 거리를 걷다가 이탈리아 레스토랑이 보이길래 들어갔다.

‘유로파’란 식당이었는데 꽤 괜찮았다. 따뜻한 스프와 새우요리를 먹자 몸이 녹아내리는 듯 하다. 스파게티까지 먹으려다가 살찔까봐 그냥 꾹 참는다. 지난번 중국에서 몇 달 있었더니 3키로나 불어나서 한국에서 살빼느라고 무지 고생했다. 때문에 이번엔 과식하지 않으려는 마음이다.

일단 찜질방을 가기엔 조금 이른 시각이므로 시내버스를 타고 조금 거리를 보기로 했다. 아쉬운 것은 이미 너무 어두워져서 거리를 충분히 볼 수 없었다는 점이다.

하지만 단동의 잠재력과 가능성을 확인하였다는 점은 의의가 있었다. 단동은 이미 꽤 큰 도시였다. 내가 중국을 제대로 보기 전에는 중국의 소도시들은 아주 작고 초라한줄 알았다. 우리나라의 지방도시인 순천, 양양, 거제 정도의 수준으로 생각했었다.

그러나 단동, 길림, 목단강, 하얼빈, 대련 등의 도시는 우리나라의 부산, 대구, 광주 정도의 규모를 갖추고 있고 어쩌면 더 클지도 모른다.

단동만 해도 작은 변방도시로 생각되지만 빌딩숲을 이루고 있고 대단지 아파트 촌을 이미 형성하고 있는 도시이다.

중국은 우리가 생각하는 이상으로 빠르게 거대화되고 말았다.

많은 사람들이 향후 50년 안에 중국이 미국을 추월할 것이라고 예상한다.

내 생각은 그와 다르다. 나는 30년 안에 중국이 세계 1위의 경제 대국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아직 금융 쪽의 발달이 더뎌서 그렇지 경제 생산 면에서는 조만간 세계 최대국가가 될 것이다.

우리나라는 복받은 나라다. 주변에 중국과 같은 성장국, 일본과 같은 기술국이 있어 그들의 장점을 다 이용할 수 있으니 말이다.

우리는 중국의 성장을 이용해서 우리의 발전을 도모해야 한다.

단동에서 지도를 찾다가 찾지 못하고 버스를 타며 시내를 보기로 했다.

시내는 그리 크지 않아서 종점에서 종점으로 한번 가면 별게 없다. 시내는 밤이라 제대로 볼 수 없었고 다만 심양과 비슷하다는 느낌을 받았다. 낮이었다면 더 좋았을 것이다.

단동에서는 인터넷에서 찾아본 태평불가마사우나를 가보기로 했다. 아마도 한국 사람이 운영하는 듯 한 사우나인데 우리나라의 전형적인 찜질방으로 생각하면 된다.

역 앞에 있다고 해서 역을 찾는게 우선이었다. 근데 역전을 찾는 것이 그리 쉽지 않다.

버스를 타면 분명 역을 지나칠 것이라 생각되어 버스를 타고 종점에서 종점을 몇 번 거치는데 도무지 역이 보이지 않는다. 나중에 버스정류장에서 청소년들에게 역 앞에 이 버스가 가냐고 물어보니까 너무 적극적으로 손짓까지 하며 이 버스를 타라고 도와준다.

근데 그만 나는 역으로 가는 버스를 타고서도 내리지를 못하고 지나치고 만다. 종점에 가서 버스운전사 아저씨에게 부탁해서 역을 가자고 하니까 이 아저씨도 흔쾌히 안내해주겠다고 하는데 결국 이 아저씨도 2정거장이나 지난 다음에 부랴부랴 생각난 듯이 나를 내려준다.

최종적으로는 택시를 타고 역 앞에 오게 되었다.

그러나 나는 이 과정 자체가 그리 기분 나쁘지 않았다. 그 운전수 아저씨는 너무나 미안해했지만 나는 이렇게 거리를 거니는 것 자체가 내 여행의 목적이므로 아무렇지도 않았다.

삶도 이런것이 아닐까?

너무 목적만 갖고 움직이면 갈등이나 고민이 생길 수 있다. 그러나 목적보다 과정을 중시하면서 느긋하게 그 과정을 즐기면 결과가 어떻게 되든 행복한 것이다. 그리고 그 결과들이야 뭐 대부분 대동소이한 것이니까..

이렇게 과정을 중요시하는 삶을 산다면 설령 버스 내릴 곳을 놓치더라도 화나거나 걱정하지 않고 행복해할 수 있는 것이다.

나도 그런 삶을 살게 되기를 바란다.

역 앞에 도착하자 태평불가마사우나를 찾아야 했는데 바로 역 얖에 있어서 찾기가 쉬웠다. 지나가는 사람에게 ‘타이핑 써나’ 하면서 자는 시늉을 하니까 바로 저기 있다고 알려준다. 중국에서 이제 살아가는 법은 걱정 없을 듯하다.

조금 시설은 열악했으나 워낙에 저렴한데다 충분히 쉴 수 있어서 나쁜 선택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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