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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의 비즈니스 여행기.......중국편 ★ (5) 하얼빈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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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하얼빈거리를 걸으며 이런저런 생각을 하다가 정우지애의 끝까지 다다랐다. 정우지애의 끝에서는 조그만 골동품 판매상들이 저마다 보따리를 펼쳐놓고 물품들을 판매하고 있었다.

놀라운 것은 그 골동품들 사이사이로 중고물품들도 파는데 너무나 열악해보이는 것들도 판매하고 있다는 점이다.

도저히 우리나라에서는 쓰지 않을 것 같은 물품들까지도 판매하는 것을 봐서는 이곳의 실상을 조금은 알수 있었다. 황학동의 고물들은 여기에 오면 완전히 명품취급을 받을 것이며 심지어는 한국에서 버려지는 고급물품들도 여기서는 우량한 판매품 노릇을 할 수 있다는 생각이었다.

중국은 한편으로는 발전했으면서도 한편으로는 아직 빈민들이 사는, 두 얼굴의 나라라는 것을 여기서 조금 더 알 수 있었다.

여기저기 재미있게 보다가 문득 떠올려보니 내가 지도를 들고 있지 않다는 걸 깨달았다.

여기저기 보는 가운데 지도를 떨어뜨린 모양이다.

아니면 누군가가 훔쳐갔든지… 왕청의 허름한 버스터미널에서 산 그 18위안짜리 지도는 이번 여행에서 참 유용한 노릇을 해주었는데 조금 아쉬운 노릇이다. 희안한 것은 여기에 있는 큰 서점에 가도 그와 동일한 지도를 찾을 수 없었다는 것이다.

내 구미에 딱 맞도록 중국어와 영어가 병기되어 있는 그 지도는 내가 향후 중국을 전부 탐험할 때 요긴하게 쓸 수 있는 것이었는데 조금 아쉽게 되었다.

지도를 잃어버린 나는 지도를 새로 사려고 알아봤지만 도저히 찾기가 힘들어서 그냥 관광을 하다가 나중에 사기로 했다.

지도를 찾느라고 정우지애를 두번이나 왕복하다보니 조금 지쳐서 근처 피씨방에 가서 하얼빈에 갈만한 곳을 다시 한번 알아보았다. 하얼빈에는 아직 갈만한 곳이 많았다.

나는 기존에 많이 알려진 731부대나 원묘 등보다는 실제로 하얼빈 시민들을 삶을 볼 수 있는 길거리를 더 많이 보기 원했다.

그래서 멀리 버스를 타고 나가야 하는 731부대는 가지 않고 그냥 시내에 있는 유명한 거리들을 계속해서 보기로 했다. 하얼빈은 오래된 도시답게 거리 하나하나가 다 특색이 있었다.

러시아전통거리와 소피아성당이 붙어 있는 과과리지애(여기서 지애는 가街의 중국발음이다), 일제시대 건물들이 지금까지 서 있는 정우지애, 큰 쇼핑센터와 기념건물등이 있는 조린지애, 도보전용도로로 하얼빈의 최대 번화가인 중앙따지애 등등 어느 거리 하나하나 가볍게 볼 수 없는 재미가 있었다.

이 여행에서 나는 주요한 목적중 하나가 동북아의 역사탐방과 과거를 살펴본다는 것이었는데 하얼빈은 러시아와 오랫동안 거래해왔던 도시답게 러시아의 풍물과 전통이 많이 남아 있었고 일본시대의 잔재도 적지 않게 있었다.

이러저리 걷다가 시내버스를 타고 거리를 보고 있는데 아무래도 시내 지도를 새로 사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하얼빈 시내가 그려져 있는 작은 지도를 샀는데 그 지도에는 하얼빈 시내의 곳곳이 정확히 나와 있었다. 내가 저녁식사를 한 포트만 식당에서 과과리지애는 의외로 가까운 곳에 있었다. 인터넷에 보면 과과리지애는 러시아의 전통모습들이 잘나타나 있고 소피아성당도 붙어있다고 했다.

나는 식사 후 과과리지애까지 걸아가서 드디어 그 유명한 러시아거리를 걷게 되었다.

과연…거리의 야경은 멋있었다. 건물 곳곳을 조명으로 장식해 놓았으며 특히 러시아 전통거리의 경우는 강물과 어울려서 그 멋진 모습들이 너무 아름다웠다.

과과리지애에서 길거리의 한 모자가 누워서 동냥을 하는 모습을 보였다. 어머니는 어린애에게 주먹에 든 밥을 먹이고 있었다.

나는 그 모습이 웬지 잊혀지지 않았다. 사진을 찍고 싶었지만 실례가 될까지 차마 찍겠다는 얘기를 못하고 돌아서고 말았다.

과과리지애에서 너무 감명을 받은 나는 일단 시내버스를 타고 이곳저곳 다녀보기로 했다.

여기와서 느낀 거지만 참 희안한 것은 내가 가다보면 꼭 필요한 곳들이 나타난다는 것이다. 피씨방을 꼭 필요로 할 때 모퉁이를 돌자 피씨방이 나타나고, 중앙지애를 꼭 봤으면 했는데 마침 중앙지애가 나타나곤 하니 말이다. 버스를 타고 무작정 갔는데도 마침 정확히 내가 원하던 중앙지애로 버스는 나를 데리고 갔다.

중앙지애의 끝에 있는 강가의 전적기념탑에 서서 강가에서 하는 불꽃놀이와 조명쇼를 보았다. 정말 애인과 함께 왔다면 더할나위없이 좋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조명을 조금 보다가 추워지기 시작하자 나는 하얼빈에서 좋은 겨울옷들을 판다는 생각이 났다. 여기서 옷을 사서 이번겨울을 나야겠다고 생각했다.

중앙지애에는 많은 쇼핑센터가 있었는데 그중에 제일 번화해 보이는 곳에 들어갔다. 여기의 패션은 정말 한국을 뺨칠정도였다. 중국이라고 해서 조금 무시했었는데 이곳의 패션은 상당한 수준을 보여주었다.

다만 내가 사려는 스타일의 옷은 있지 않았고 몇 개 있는 것이 너무 비싸서 이번에 한국 들어가면 그때 사야겠다고 생각을 했다.

월마트가 있기에 한국에서도 안가보던 월마트를 한번 가보고는 그냥 그 앞에 있는 찜질방에 들어가서 잠을 자기로 했다. 이곳의 찜질방은 먼저번처럼 바가지를 쓰지 않기 위해 처음 들어갈때부터 철저히 얼마인지를 물어보았다.

여기서는 한국사람이라고 하면 무조건 돈이 많은 줄알기 때문에 바가지를 조금은 씌우려고 한다.

내게 별 필요도 없는 고급 찜질방옷을 사라고 한다든지 손톱깍기나 음료수를 사라고 권하는 등 조금 귀찮게 생각될 때도 있다. 아무튼 먼저번에 바가지를 썼으므로 여기서는 절대 필요한 것만 사기로 하고 다른 것은 일체 구입하지 않았다.

14일 오전에 찜질방에서 나와 일단 피씨방에 가서 하얼빈 관련정보를 조금 더 알아본 후 나는 안가봤던 조린지애를 가보기로 했다. 전날 과과리지애와 정우지애가 너무 좋았기에 나는 기대가 컸었다.

그러나 조린지애는 내 생각과 달리 너무 작고 볼것이 없는 거리였다.(나중에 알고보니 조린지애는 꽤 긴 길이어서 그곳을 지나서 걸아가야 제대로 된 거리가 나오는 것이었다.) 그래서 나는 조금 걷다가 그냥 버스를 타고 전날처럼 시내를 총괄해서 보기로 했다.

차를 다고 가다보니 우연인듯 우연이 아닌듯 내가 원하던 관광지들이 저절로 내앞에 나타난다.

하얼빈역.

안중근 의사가 이토 히로부미를 살해했던 곳으로 우리나라 사람이라면 누구나 한번은 들어본 곳이다.

안타까운것은 이곳에 안중근을기리는어떤푯말도없었다는것인데여기에그를기리는기념물을세운다면한국사람들이더많이올수있다는생각이다.

하얼빈역에서 기차시간을 알아보니 낮이든 밤이든 원하는 날 떠날 수 있다고 판단되어서 여유가 좀 생겼다. 작은 도시들은 하루에 한번밖에 떠나는 기차가 없는데 여기는 큰 도시라 하루에도 여러 번 출발하는 차가 있었던 것이다.

그리고 나는 아직 어떤 루트를 통해서 돌아갈지를 정하지 않았다. 원래 생각은 장춘을 거쳐서 길림, 돈화로 해서 연길로 돌아갈 생각이었는데 인터넷을 보니 장춘에서 길림시로 가는 철도가 웅장한 만주벌판을 제대로 보여준다고 해서 그 모습을 보고픈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또 한편으로는 시간상 들르지 못한 자무시를 보고픈 생각이 들었다. 유명한 도시들은 언제라도 다시 올 수 있다.

그러나 변방의 구석도시는 이번이 아니면 다시 올 수 없을지 모른다. 목단강의 위쪽에 있는 자무시는 내게 이상한 호감을 주는 도시였다. 러시아풍의 도시이며 변방느낌이 있는 도시라는데 나로서는 꼭 한번 가보고 싶었고 기회가 된다면 그 위쪽으로도 탐험을 해보고 싶었다.

더 추워지면 그 위쪽으로는 갈 수 없을 것이다.

일단 오늘 당장은 어디를 갈지 결정하지 않고 그냥 도시 자체를 만끽하기로 했다.

하얼빈은 이것저것을 생각하기에는 너무 아름다운 도시이기 때문이다.

서울은 그 규모에서 다른 도시들을 압도하지만 하얼빈의 이국적인 면은 그에 못지 않다는 생각이다.

물론 서울이 더 깨끗하고 아름다운 곳이 많지만 엄청난 오랜시간이 지난 도시의 연륜이 배어있는 하얼빈의 거리들은 그에 필적하고도 남는다는 생각이다.

하일빈이 이정도로 성장한 것은 나로서는 도저히 알 수 없는 미스터리다.

중국내륙의, 별로 뚜렷한 성장구조가 없는 도시로서 어떻게 이런 규모와 발전을 이루었는지 정말 궁금했다. 정말 중국 자체적으로 이정도 도시를 발전시킬 역량이 벌써 있었단 말이다.

주변 외국과의 무역을 통해 발전한 심천, 광주, 상하이, 동북삼성이 아니라 자체적으로 발전해서 이정도로 성장했단 말이다. 그렇다면 중국의 미래는 정말 엄청날 수 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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